저는 비교적 늦은 시기인 결혼 후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에 있다보니 한국에서 제공하는 생애최초 주택마련 청약, 적금, 예금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재테크 방법들을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고, 부모님께서도 독일사정에 대해 잘 모르시니 주변에서 딱히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학, 인턴십 그리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독일에서 여태까지 제가 느낀 점은 세금이 어마어마하고, 우리나라처럼 투자상품이나 적금 등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부동산 적금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은행에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거나 투자처에 따로 컨택을 해야만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소득세도 높아서 불노소득에 대한 세금도 어마어마 합니다. 그 쉬운 할부결제도 은행에서 허가가 나야 가능한 경우가 많죠. 즉, 노동에 대한 대가 이외에 내 손에 들어올 수 있는 소득은 제한적이고, 투기나 빚을 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덕분에 사회생활 초년에 카드값 때문에 곤란했던 적도 없고, 할부로 물건을 사본적도 없으며, 돈 때문에 크게 곤란했던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렇다보니 재테크와는 계속 멀어졌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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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돈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주식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주식 초보자인 주린이로써 재테크의 수단을 주식으로 삼는 게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초반부터 보장되지 않은 너무 위험한 시장에 뛰어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이 움직이는 모습을 시시각각 생생하게 볼 수 있고, 내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며 궁금했던 기업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실전없이 이론만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탓에 학창시절 때는 일본어를 배우고 무작정 일본에 국제전화를 걸어 회화연습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실전에 뛰어들어 곤란한 상황에 처해보면, 그걸 극복 하고픈 엄청난 동기가 생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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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공부를 시작하려고 3년 전 샀던 책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그 땐 읽기만 해도 잠이 오더니 이번엔 3일 만에 술술 읽히더라구요. 이어서 근본적인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자본주의> 책을 정독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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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시간 해당 국가의 Finance News 읽기(한/독/미 중심, 원어기사), 당일 종가 항목 분석 읽기, 투자방식에 대해 다양한 유튜버들의 의견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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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종목으로 등록한 기업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관심종목은 제 일상에서 가장 자주, 무의식적으로 마주치고 사용하는 제품을 기준으로. 없으면 의식주의 질이 떨어질 것 같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망할 확률이 적겠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스타벅스 커피를 사면 스쳐가는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그 돈으로 주식을 사면 회사의 주주가 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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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연습용 자금 300유로를 가지고 독일 주식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죽이되던 밥이되던 공부하며 원금만 살려보자.
큰 돈으로 투자하시는 분들께는 과자값에 불과하겠지만, 리스크에 대한 맷집이 없는 저한테는 매우 큰 금액이었습니다. 매달 쇼핑이나 모임, 자잘한 소비로 나가던 돈들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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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독일의 소량투자와 더불어 한국주식시장을 공부하기 위해 비대면 증권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우리나라 시장도 모르면서 해외투자를 하는 게 어불성설일 것 같더군요. 특히 실시간 차트나 호가, 지정가, 기업정보 등을 보기에는 한국앱이 확실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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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공부를 거듭하며 현재까지 정리된 점들이자 개미주주로써 앞으로 지켜야 할 사항입니다.
1. 버는 것보다 아끼는 게 쉽다.
-> 노동하지 않고 돈벌기란 쉽지 않죠. 누가 돈 준다고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하라고 일부러 하한가 찍어주다가 올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공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단 아끼는게 더 쉽고 빠릅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술/담배/외식을 잘 안하고 유흥거리도 안 좋아하는 저로써는 아끼는게 훨씬 쉽습니다. 그나마 스벅가는 게 일상의 낙이었는데 최근 스벅과 30분 이상 떨어진 데로 이사하면서 커피도 집에서만 마시니 그마저 커피값도 확 줄었습니다. (한 잔 4000원-> 400원)
2. 월급은 종잣돈을 모아주는 소중한 수단이다.
-> '쥐꼬리만 한 월급 갖고 뭘 한다고...'. 오랫동안 이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우연히 나보다 많이 받는 동료얘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했구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월급만큼 정기적으로 내 통장을 불려주는 수단도 없습니다. 심지어 다음 달, 내년에 얼마를 벌지도 예상할 수 있죠. 예상이 된다는 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우울감, 무기력함, 동기저하 등의 일부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월급은 이 불확실성을 어느정도 제거 해줍니다. 악플이나 소문 때문에 순식간에 생계가 위협 받을 수 있는 유튜버보다도 훨씬 안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직장생활 해주고 있는 신랑한테도 참 고맙네요.
3. ~카더라는 심리전에 휘둘려 매매하면 망한다.
-> 주변의 조언은 참고할 만 하지만 그것으로 본인의 투자종목을 결정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이미 소문이 돌 땐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누구나 아는 정보 입니다. 따라서 휩쓸려 매매하지 말고 우직하게 스스로 정한 법칙대로 가야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초반에 뭣도 모르고 심리전+뉴스에 휘둘려 두 세 종목을 샀는데, 연일 하락하는 걸 보고 선택방식이 잘못 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4. 하루종일 차트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단타는 피하자.
-> 단타성 이익을 보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차트를 체크해야 합니다. 본업이 있는 저와 같은 분들은 최소 하루 8시간은 내놓은 시간인데 하루종일 종목 분석하고 차트 보고있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끝내주는 감이 있거나 엄청난 내공으로 적시에 단타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안전주, 우선주, 장기투자 및 분산매매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무던한 성격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5. 쇼핑은 100%손해보는 행동
-> 쇼핑도, 주식 매수도 똑같이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소비입니다. 그런데 쇼핑은 물건과 돈을 교환하는 것이고, 그 물건의 수명이 다하면 내 돈도 증발하는 거죠. 물건이 나에게 갖다주는 이익은 하나도 없습니다. 남의 시선? 부러움? 과시욕과 허영은 아닐까요?. 즉 쇼핑은 구매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마이너스만 발생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주식은 돈을 벌어다 줄수도,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까먹는다 할지라도 100% 마이너스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기업이 망하지 않는 이상). 조금 손해본다 할지라도 그 경험과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또한 주식을 사면 회사의 일부를 가진 주주가 되는거죠. 이 사실만으로 저는 쇼핑보다 주식매매가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꼭 사야 할 물건은 사야합니다. 그러나 옷, 화장품, 명품, 장신구 등은 꼭 사기 전 100번 생각하고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이나 투자의 ㅌ 자도 몰랐던 시절, 저도 명품을 사봤습니다. 물건을 고르고 사기까지 굉장히 설레고 기뻤는데, 막상 사고나니 허무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품질도 좋고 예쁘고 맘에 드는데, 그 기쁨을 위해 몇 백 만원을 투자할 가치가 정말 있을까 하고요. 또 제품이 단종되지 않는 이상 되팔려면 중고라서 감가상각도 고려해야 하니 절대 제 값 받기 어렵죠. 가장 마지막으로 산 명품은 10년 이상 쓸 생각으로 샀고, 제품 보려고 홈페이지 들어간 적이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투자쪽에 관심을 갖고 나서 쇼핑에 대한 욕구가 신기할 정도로 줄어들었고, 급한 게 아니면 다음 달로 미루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소비를 미루다보면 나중엔 그냥 안 사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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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엔 공부삼아 단타성으로 샀던 종목들을 모두 매도하고,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을 정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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