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일상이야기

독일 중고나라에서 사기당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독일 중고나라 이베이클라인안짜이겐에서 최근 1000유로(한화130만원)에 달하는 큰 사기를 당했습니다.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 그말에 아주 딱 맞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독일어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판매자가 응답을 안 한것도 아니고, 폭력을 쓴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이렇게 당하네요. 

 

 

사건 정황 및 과정은 이렇습니다. 아래 밑줄 친 부분을 주의해서 읽어주세요. 

 

구매자: 글쓴이

판매자: 신원미상(신분증 상으로는 뮐러라는 남자)

 

1. 구매자: 핸드폰을 구매하려고 독일 중고나라에서 판매자에게 연락. 직거래 하고싶다고 함.

2. 판매자: 다음날 오전 연락. 너한테 판매 하고싶다. 근데 자기가 가족들한테 가야 한다며 다음주에 돌아온다고 함. 

3. 구매자: 그럼 다음주까지 기다리겠다고 함. 

4. 판매자 왈,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제안하기 시작. 자기 집 마당에 쇠로 된 상자가 있다. 어차피 비밀번호를 풀어야 열리니까 거기 핸드폰을 넣고 가겠다. 너가 와서 찾아가라. 

5. 구매자: 알겠다고 함.(독일은 마당딸린 개인주택이 즐비하고, 마당에 있는 풀숲이나 작은 오두막 창고 등에 물건을 놓아 친구나 가족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꽤 있음) 

6. 판매자가 물건 값의 반을 선입금 요구함. 처음엔 페이팔로 달라고 했다가, 자기 페이팔 로그인이 안된다며 온라인 뱅킹 요구.

 

- 구매자가 판매자의 신분증 및 연락처를 요구하여 신분증 앞면사진과 폰번호를 받음. 구매자(저)의 신분증도 공유해줌-

 

7. 이미 구매를 결정한 뒤였기 때문에, 구매자는 온라인뱅킹으로 반을 입금 -> 500유로 지불

8. 판매자: 돈이 도착하지 않는다며,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 집주소를 못 주겠다고 함

9. 구매자는 오늘 핸드폰을 꼭 픽업하고 싶다고 함(날씨가 비바람이 심해서 핸드폰이 고장날까 걱정되기 시작)

10. 판매자: 그럼 나머지 반도 입금 해 줄 수 있냐고 함. 페이팔이 다시 로그인 된다며 500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 

11. 구매자: 주소를 안주면 돈을 못 준다. 온라인 뱅킹한 돈은 아마 내일 도착 할거다. 근데 핸드폰 고장나면 어쩌냐. 

12. 판매자: 걱정말라. 핸드폰 넣은 상자 튼튼하다. 너가 오늘 핸드폰 찾고 싶으면 나는 오늘 무조건 돈을 받아야겠다. 페이팔 입금 해달라. 내가 여태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많이 당해봐서 사람을 못 믿으니 페이팔 '친구한테 보내기'로 돈을 보내달라.

13. 구매자: (상대방이 사기를 당한 경력이 있으니 거짓말이란 생각을 못함) 페이팔로 반 입금 -> 500유로 지불

14. 판매자: (돈 도착한거 보고) 주소랑 상자 비밀번호를 알려줌

15. 구매자: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서 집 마당을 뒤졌으나 상자나 보관함이 보이지 않음 + 해당 주소 거주자 이름이 남자이름과 일치하지 않음 

16. 집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 뭘 찾냐고 물으시길래, 친구가 놓고 간 물건을 찾으러 왔다고 하며 판매자 이름을 말했더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함. 이 거리에 사는 사람 중에도 아마 없을거라고. 

17. 구매자: 판매자한테 상자 위치 다시 물어봄

18. 판매자: 잘 찾아보라, 마당 왼편에 있다고 함 

 

-그 후 판매자는 구매자의 전화, 문자 및 모든 연락에 무응답. 차단함. 1000유로 먹튀-

 

 

***

 

혹시나 싶어서 그 주변 동네 및 거리에 사는 모든 거주자들의 이름을 봤으나 판매자의 신분증과 일치하는 이름은 없었습니다. 이미 늦었죠. 돈은 나갔고, 연락은 차단당했고, 물건은 없고요.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위에 밑줄 친 부분들이 너한테 사기칠거라는 단서들이었는데. 상황이 돌아가고있는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이미 신분도 공개했고, 본인이 사기당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설마 했어요. 그렇게 밑밥 까는줄도 모르고.

 

상대방의 독어가 어눌했던 것도 아니고, 신분증의 인물도 독일인이어서 더 의심을 못했네요. 나중에 경찰에 신고할 때 물어보니 신분증 앞면으로는 범인을 추적하기 어렵고, 뒷면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생년월일 사진까지 있는 앞면을 보여줘서 뒷면은 요구하지 않았는데. 혹시라도 상대방 신분증 확인할 일 있으면 뒷면까지 사진 찍어두세요. 

 

현재 경찰 신고해서 수배 넣어놨고, 처벌 요청 해두었습니다. 신분증과 연락 정황 모두 증거로 제출했고 제 신분증도 도용신고해 놓았어요. 

 

***

 

판매자 사기꾼 신상 (신분증 정보. 도용 신분증일 수 있음)

이름: Philipp Mueller 

생년월일: 1993년 12월 8일

국적: 독일

출생도시: Peine

신분증 번호: L21041YHN

전화번호 +49 0176 3014 3590

사기액수: 1000유로

 

 

혹시라도 위 신분을 제시하며 거래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100% 사기꾼이니 경찰에 신고(110)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