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독일(외국)에 있는 한국회사의 법인에 취업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워홀이나 교환학생, 유학 등 독일에 방문하여 한국회사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을 상당수 보았습니다. 아마도 기업이름이 익숙하고 한국사람들이 주 근무자이다보니 친근하고 접근하기에 좋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외에 법인으로 나와있는 한국회사에 취업한 사람들을 '현지채용자' 줄여서 '현채'라 부릅니다.
현채직은 업무과 근무지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한국회사에서 채용하고 있으며 수시채용이라 공석이 생길 때마다 공고를 통해 모집합니다. 현채직 공고가 주로 올라오는 곳은: 베를린리포트 구인구직 페이지, 코트라, 링크드인 등입니다. 한국어로 된 공고는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베를린리포트나 코트라홈페이지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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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채에 접근하기 전 몇 가지 알아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다소 부정적인 면입니다.
1. 현채는 주재원이 아니다.
-> 말 그대로 현채와 주재원은 회사생활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재원은 한국 본사에서 직원의 능력을 신임하고 해외에서 일좀 해달라고 '부탁'받고 온 사람들입니다.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집세(1000~2000유로)와 차가 제공되며 아이들 국제학교 등록비(한달에 2000유로 가량), 국제학교 스쿨버스 이용비, 사보험 혜택, 각종 서류준비에 드는 부대비용이 전액 지원됩니다. 또한 회사에 주재원의 현지 적응을 돕는 담당자가 따로 있고, 한국회사가 밀집한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주재원의 집을 구해주는 전담 업자가 있기도 합니다. 옳은 사례는 아니지만 종종 벌금도 회사비용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현채는 앞서 말한 모든 부분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습니다. 즉 집세부터 차, 보험 등 생활 전반에 따르는 모든 절차를 본인이 처리해야 하고,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채용된 외국인 직원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현채는 도와줄 가족도, 친구도 많지 않죠. 주재원과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 현채는 현채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공보험에 들게 됩니다. 공보험과 사보험은 경험 해 보면 천지차입니다. 공보험으로는 아플 때 바로 병원에 못 간다고 보면 됩니다. 급하게 집을 구해야 하거나 서류상 문제가 생겨도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2. 현채는 독일인도 아니다.
-> 그럼 현채는 독일인과 같은 대우를 받냐? 그것도 아닙니다. 현채직원들은 '한국인'이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채 한국인들에게 기대되는 에티튜드(태도)는 주재원과 외국인 직원 그 중간쯤입니다. 즉 같은 업무 같은 직급이라도 외국 직원처럼 플렉스하고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주재원과 비슷한 업무량을 가지지만 의사결정권은 거의 없습니다. 같은 매니저 직급이라도 주재원에게 우선결정권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비정규직도 많다.
-> 현채중에는 비정규직도 많습니다. 회사에서 비용절감이나 안전성 등의 이유로 다수 현채들에게 1년~2년의 비정규직을 제안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독일/외국인 직원들은 거의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점이죠. 회사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정규직이 아니면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는 외국인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당장 비자가 필요하기도 하고 독일에서 생활을 이어가려면 취업이 중요하므로 대부분 비정규직 조건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은 비정규직을 두 번 이상 연장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2년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거나 직원을 교체합니다.
* 독일에서 학위 없이 영주권을 받으려면 5년 동안 연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추후 다시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려면 정규직 전환 부분을 꼭 체크해야 합니다.
4. 임금협상을 하기 쉽지 않다. & 돈을 모으기 어렵다.
-> 3번과 맞물려 있는 부분입니다. 회사에서 비자지원을 해준다고 하면 보통 임금을 협상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지극히 한국인의 예의바른 마인드 입니다. 회사가 나를 채용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나는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당당하게 본인이 생각하는 임금수준을 말하여 협상을 시도해도 됩니다. 다만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제시해선 안되겠죠. 대졸자 기준 현채 일반 사무직(IT분야X) 신입 초봉은 32,000~35,000유로(세전, 미혼싱글 세금은 약33%) 수준입니다. 35,000유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월 세후 금액은 1800~1900유로(240만원) 정도. 석사학위나 직장경험이 있다면 좀 더 높여볼 만 합니다.
직장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의 8할은 월급이라고 봅니다.
1번에서 현채가 회사에서 받는 지원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즉 순수하게 월급만 가지고 생활해야 하죠. 예를 들어 1800유로가 세후라고 가정해 봅시다. WG처럼 남과 같이 생활하기 싫다면 원룸에 살아야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기준 원룸의 월세는 평균 800~1000유로 입니다. 제일 싼 집이라도 월세 내고나면 1000유로 남죠. 여기에 식비 약 400유로+교통비 한 달 120유로+회사 점심값 100유로(회사지원 부분 제외)= 380유로 남습니다. 쇼핑도, 외식도, 외출도 안 한다는 가정하에 겨우 50만원 남습니다. 해결 할 방법은 임금인상 혹은 독일을 떠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주재원과 현채의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집니다. 주재원은 독일에서 먹는 것 빼고 드는 사비가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두 배로 빨리 돈이 모입니다. 게다가 월급도 한국의 1.5배죠. 주재원 사모님들이 수시로 외식하고, 명품사고, 여행하고, 골프치러 다니는 이유입니다.
5. 비자지원은 회사의 무기다.
-> 4번에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임금협상에서 회사가 수동이고 부정적인 이유는 '비자를 지원해 준다'는 점 때문입니다. 독일의 각 주마다, 도시마다 공식적으로 정해놓은 최소 생활비 수준이 있습니다. 일률적이지 않고 개개인의 교육정도, 지원한 직책에 따라 다릅니다. 연봉이 바로 이 기준 이상이어야 비자가 나옵니다. 비자를 지원해주겠다는 의미는 회사 인사팀에서 기본적으로 연봉을 그 수준으로 맞춰준다는 말입니다. 다른 의미로는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월급만큼만 주겠다는거죠. 회사 성격에 따라 그 수준보다 약간 더 얹어주기도 하는데, 만약 독일어나 영어가 부족하고 직장경험도 거의 없다면 겨우 조건을 맞출 정도만 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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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측면에서 현채로 근무 시 긍정적인 면을 보겠습니다.
1. 휴가가 많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
-> 독일은 법적 최소 휴가가 20일/년 입니다. 기본적으로 휴가일수가 한국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휴가기간이 따로 없습니다. 물론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이 있지만 굳이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본인이 가고싶은 시기에, 대체근무를 해 줄 사람과 협의만 된다면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습니다. 독일 한국 회사들은 대부분 24~30일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규모가 큰 기업은 30일을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2. 오버타임에 대한 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
-> 정규 근무시간 외 근무하는 것은 모두 야근에 속합니다. 독일어로 Überstunden(위버슈툰덴: 초과근무)라고 부르는데, 초과근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장하는 방법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8시간이 쌓이면 하루 휴가로 주기도 하고, 모아놓았다가 돈으로 지급하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주당 8시간 이상(최대 하루 2시간) 초과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이상 요구받을 경우 거부해도 됩니다.
* 종종 한국인의 마인드(?)로 퇴근한 걸로 기록하고 지나친 야근 및 초과근무를 하는 현채 직원들이 있는데, 반드시 본인의 근무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근무시간 외 시간에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처리도 안되고 어떤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 봉사활동 할 거 아니면 꼭 체크.
3. 의사결정권이 거의 없다.
-> 현채의 단점이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크고 중대한 사항에 있어서 현채는 한 발 물러나 있는 입장입니다. 거의 주재원들이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큰 일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불이익을 받을 일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반대로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 들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겠죠.
4. 현채끼리 공감대가 형성된다.
-> 부당하고 억울한 부분이 존재하는 현채들 간의 화합이 강해집니다. 현채로 일하는 많은 분들이 독일에서 자리잡고 지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면도 많습니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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